[심층분석] 제약사가 이끄는 'K-더마' 수출… 피부과학 경쟁의 확장과 AI로 진화한 위조품 대응
- 동국제약은 화장품 수출이 지난해 300억 원에서 올해 1,000억 원으로 늘 것으로 내다봤다
- 올리브영 '어드밴스드 더마' 매출은 4월보다 260% 넘게 늘었고 약 70%가 외국인 몫이다
- 세계 더마코스메틱 시장은 2026년 525억9,000만 달러에서 2034년 1,170억 달러로 커질 전망이다
- 관세청이 지난해 통관 단계에서 적발한 K브랜드 위조물품 11만7,005점 가운데 35.9%가 화장품이었다
- 위조 화장품 판매글은 AI로 만든 상세페이지와 가짜 후기까지 갖추고 있다
- https://www.newspim.com/news/view/20261016000445
- https://www.sedaily.com/article/20069064
- https://supple.kr/news/cmrr2bsxv0057bem31616ifb6
- https://www.greened.kr/news/articleView.html?idxno=344049
- https://www.cncnews.co.kr/mobile/article.html?no=10686
- https://news.mtn.co.kr/news-detail/2026081414523854182
- https://www.dailian.co.kr/news/view/1681552
1) 피부과학 경쟁: 제약사가 화장품의 중심으로 들어왔다
K-뷰티의 성장 동력이 바뀌고 있다. 그동안 한국 화장품 수출은 색조 화장품과 기초 스킨케어, 그리고 빠른 신제품 출시와 합리적인 가격을 무기로 성장해 왔다. 최근에는 제약사와 의료기기 기업이 임상 연구와 피부과학 역량을 앞세워 '더마 코스메틱'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더마 코스메틱은 피부과학(dermatology)과 화장품(cosmetics)을 합친 말로, 피부 장벽 개선이나 진정, 재생 같은 기능을 연구 근거와 함께 내세우는 제품군을 말한다.
과거 제약사에게 화장품은 본업과 거리가 있는 부가 사업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K-뷰티가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고 해외 소비자들이 성분과 효능 근거를 따지기 시작하면서, 의약품 개발 경험과 원료 연구 역량을 가진 제약사가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대형 제약사들은 더마 화장품을 독립된 사업부로 키우고 해외 유통망을 넓히고 있다.
2) 숫자로 본 제약사의 해외 진출
가장 빠른 성과를 보인 곳은 동국제약이다. 이 회사는 상처 치료제 성분을 활용한 '센텔리안24' 브랜드로 미국 미용전문 유통점 얼타뷰티와 백화점 노드스트롬에 입점했다. 보도에 따르면 동국제약의 지난해 화장품 수출액은 300억 원, 화장품 매출은 2,227억 원이었으며, 올해는 수출 1,000억 원, 매출 2,930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1년 만에 수출이 세 배 넘게 늘어나는 셈이다.
진출 지역도 넓어지고 있다. 일본에서는 돈키호테와 로프트 등 1,000여 곳의 매장에 제품이 입점했고, 태국에서는 왓슨스와 뷰트리움 매장, 센트럴백화점 등에서 판매되고 있다. 한미약품그룹의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는 프리미엄 더마 코스메틱 브랜드 '아데시(ADESII)'를 새로 내놨다. 제약사마다 자사 의약품 성분이나 연구 기술을 화장품에 적용해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국내 유통 채널의 변화도 이 흐름을 보여 준다. 올리브영이 제약사와 함께 만든 '어드밴스드 더마' 카테고리는 출시 직후인 4월보다 매출이 260% 넘게 늘었고, 매출의 약 70%를 외국인이 차지했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제약사 화장품을 '한국에서 사야 할 제품'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뜻이며, 이는 해외 현지 판매로 이어지는 홍보 효과를 갖는다.
[제약사 더마 화장품 해외 진출 주요 지표 — 보도 기준]
| 항목 | 수치 | 비고 |
|---|---|---|
| 동국제약 화장품 수출 | 300억 원(지난해) → 1,000억 원(올해 전망) | 회사 측 전망 |
| 동국제약 화장품 매출 | 2,227억 원 → 2,930억 원(전망) | — |
| 미국 유통 | 얼타뷰티, 노드스트롬 | 센텔리안24 |
| 일본 유통 | 돈키호테·로프트 등 1,000여 곳 | — |
| 올리브영 어드밴스드 더마 | 4월 대비 매출 +260% 이상 | 외국인 비중 약 70% |
| 세계 더마코스메틱 시장 | 525억9,000만 달러(2026) → 1,170억 달러(2034) |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 |
3) 시장 전망과 한국 제약사의 강점
시장조사기관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는 세계 더마코스메틱 시장이 2026년 525억9,000만 달러(약 79조 원)에서 2034년 1,170억 달러(약 176조 원)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8년 만에 두 배 이상 커진다는 계산이다. 고령화로 피부 노화 관리 수요가 늘고, 민감성 피부와 피부 질환 관리에 대한 관심이 커지며, 소비자들이 광고보다 성분과 임상 근거를 중시하는 흐름이 이 성장을 이끈다.
한국 제약사의 강점은 세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의약품 개발 과정에서 쌓은 원료 연구와 임상 시험 역량이다. 효능을 주장하려면 근거가 필요한데, 제약사는 이를 체계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 둘째, K-뷰티라는 국가 브랜드의 후광이다. 해외 소비자들은 한국 화장품에 대해 이미 품질과 혁신의 이미지를 갖고 있어, 제약사 브랜드가 새로 진출할 때 진입 장벽이 낮다. 셋째, 한국의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기업들이 고기능성 제품을 빠르게 양산할 수 있는 생산 기반을 갖추고 있다.
다만 과제도 있다. 미국과 유럽은 기능성 표시와 효능 광고에 대한 규제가 엄격해, 국내에서 쓰던 표현을 그대로 쓸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의약품과 화장품의 경계에 있는 성분은 나라마다 허가 기준이 달라 제품 구성을 바꿔야 할 수도 있다. 글로벌 더마 시장에는 이미 프랑스와 미국의 대형 브랜드들이 자리를 잡고 있어, 이들과의 경쟁에서 가격과 효능 근거를 함께 제시해야 한다.
4) 위조품: AI가 만든 상세페이지와 가짜 후기
K-뷰티가 인기를 끌수록 위조품도 늘어난다. 관세청은 지난해 통관 단계에서 K브랜드 위조물품 11만7,005점을 적발했고, 이 가운데 화장품류가 35.9%를 차지했다. 적발된 위조 화장품의 발송 국가는 중국이 97.7%였다. 지식재산처에 따르면 해외 온라인에서 차단된 K브랜드 위조 화장품 판매글은 2023년 1만6,774건에서 2024년 2만3,494건, 2025년 3만6,116건으로 2년 만에 두 배 넘게 늘었다.
위조 수법도 정교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정품의 제품 사진과 상품 정보를 가져와 AI로 상세페이지와 제품 설명을 만들고, 가짜 후기와 전문가 추천 문구까지 붙이는 방식이 나타나고 있다. 겉보기에는 정품 판매 페이지와 구별하기 어렵고, 브랜드 업체조차 위조품 판매 페이지를 알아보기 어렵다는 보도가 나온다. 위조품 유통 지역도 아시아를 넘어 동유럽 등으로 번지고 있다.
더마 화장품은 위조품의 피해가 더 클 수 있다. 피부 장벽 개선이나 진정 효과를 기대하고 산 제품이 성분을 알 수 없는 위조품이라면, 효과가 없을 뿐 아니라 피부 자극이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소비자가 그 피해를 정품 브랜드 탓으로 돌리면, 제약사가 쌓아 온 신뢰와 연구 근거의 가치가 함께 손상된다.
[K브랜드 위조 화장품 적발·차단 추이 — 관세청·지식재산처]
| 항목 | 수치 | 비고 |
|---|---|---|
| 통관 단계 K브랜드 위조물품 적발(2025년) | 11만7,005점 | 관세청 |
| 그중 화장품류 비중 | 35.9% | — |
| 위조 화장품 발송국 중국 비중 | 97.7% | — |
| 해외 온라인 위조 화장품 판매글 차단 | 1만6,774건(2023) → 2만3,494건(2024) → 3만6,116건(2025) | 지식재산처 |
| 해외직구 화장품 안전성 점검 | 1,080건(2025) → 1,200건(2026) | 식약처·지식재산처·관세청 |
[AI로 진화한 위조 화장품 유통 경로]
정품 사진·상품 정보 수집
▼
AI로 상세페이지·제품 설명 생성 ──▶ 가짜 후기·전문가 추천 문구 부착
▼
해외 온라인몰·소셜 커머스에 판매글 게시 (아시아 → 동유럽 확산)
▼
해외 소비자 구매 ──▶ 효과 없음·피부 부작용 ──▶ 정품 브랜드 신뢰 훼손
5) 정부와 업계의 대응
정부는 위조품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지식재산처, 관세청은 올해 해외직구 화장품 안전성 점검을 지난해 1,080건에서 1,200건으로 늘리기로 했다. 정부는 기업과 공동으로 권리를 보유하는 국가인증상표를 여러 나라에 등록하고, 'K브랜드 정부인증제도'를 도입해 인증받은 제품의 위조품이 발견되면 현지 정부에 수사와 단속, 통관 보류를 공식 요청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에서도 정품 인증 기술을 도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제품마다 고유 식별 코드를 붙여 소비자가 스마트폰으로 정품 여부를 확인하게 하거나, AI로 해외 온라인몰의 위조품 판매 페이지를 찾아내 차단을 요청하는 서비스가 쓰인다. 위조품이 AI로 만들어지는 만큼, 단속도 AI를 활용해야 속도를 맞출 수 있다는 지적이다.
남은 과제는 해외 현지의 집행력이다. 위조품 대부분이 중국에서 발송되고 해외 온라인 플랫폼에서 팔리는 만큼, 국내 단속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진출 국가별로 상표를 미리 등록하고, 현지 세관에 정품 정보를 등록해 통관 단계에서 위조품을 걸러 내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중소 브랜드는 이러한 절차에 드는 비용과 인력이 부족하므로, 해외 지식재산센터와 수출 지원 기관이 상표 출원과 세관 등록을 묶어 지원하는 방안이 효과적일 수 있다.
6) 수출 시장별로 다른 진입 조건
더마 화장품이 해외로 나갈 때는 시장마다 넘어야 할 문턱이 다르다. 미국은 화장품과 일반의약품(OTC)의 경계가 분명해, 자외선 차단이나 여드름 개선처럼 특정 효능을 내세우면 의약품 규정을 따라야 한다. 효능 광고 문구도 연방거래위원회의 기준에 맞는 근거가 있어야 한다. 유럽연합은 화장품 성분 규제가 엄격하고, 제품마다 안전성 평가 보고서와 책임자를 지정해야 한다. 일본은 의약부외품이라는 별도 범주가 있어, 기능성 성분을 일정 농도 이상 쓰면 허가 절차를 밟아야 한다.
동남아시아와 중동은 성장 속도가 빠른 대신 할랄 인증이나 현지 등록 절차 같은 다른 요건이 있다. 이처럼 진출 국가마다 제품 구성과 표시 문구, 인증 서류를 따로 준비해야 하므로, 더마 화장품은 일반 화장품보다 해외 진출에 드는 시간과 비용이 크다. 의약품 인허가 경험을 가진 제약사가 이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유통 방식도 시장마다 다르다. 미국에서는 얼타뷰티 같은 미용 전문점과 아마존 같은 온라인몰, 약국 체인이 주요 채널이고, 일본에서는 드러그스토어와 잡화점의 영향력이 크다. 동남아에서는 왓슨스 같은 건강·미용 체인과 틱톡숍 같은 소셜 커머스가 함께 성장하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에 입점하면 위조품 유통 위험을 줄이고 브랜드 신뢰를 높일 수 있지만, 입점 비용과 재고 부담이 크다. 온라인 채널은 빠르게 판매를 늘릴 수 있는 대신 위조품과 가격 경쟁에 노출되기 쉽다.
[주요 수출 시장별 더마 화장품 진입 조건 — 편집국 정리]
| 시장 | 규제 특징 | 주요 유통 채널 |
|---|---|---|
| 미국 | 화장품·일반의약품 경계 엄격, 효능 광고 근거 필요 | 미용 전문점, 온라인몰, 약국 체인 |
| 유럽연합 | 성분 규제·안전성 평가 보고서 | 약국, 백화점, 온라인 |
| 일본 | 의약부외품 범주 별도 허가 | 드러그스토어, 잡화점 |
| 동남아 | 현지 등록, 일부 할랄 인증 | 건강·미용 체인, 소셜 커머스 |
7) 브랜드 평판과 소비자 인식의 변화
국내 소비자 인식에서도 더마 화장품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9월 20일부터 10월 20일까지 27개 더마 화장품 브랜드의 빅데이터 710만여 건을 분석한 결과, 에스트라가 1위, 닥터지가 2위, 피지오겔이 3위를 차지했다. 상위권에 제약사와 피부과학 전문 기업의 브랜드가 함께 이름을 올렸다는 점은, 소비자들이 화장품을 고를 때 브랜드 이미지보다 성분과 연구 근거를 중시하는 흐름을 보여 준다.
이 흐름은 해외 소비자에게도 이어지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이 올리브영 더마 카테고리 매출의 약 70%를 차지한다는 것은, 한국을 찾은 소비자들이 한국 제약사 화장품을 신뢰할 수 있는 기능성 제품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뜻이다. 관광객이 귀국 뒤 같은 제품을 현지 온라인몰에서 다시 찾으면, 이는 해외 판매로 이어진다. 동시에 위조품 판매자가 노리는 대상도 바로 이 수요다. 관광객이 한국에서 경험한 정품을 해외에서 다시 살 때 위조품을 만나지 않도록, 브랜드가 공식 판매처를 분명히 알리고 정품 확인 수단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더마 화장품의 소비층도 넓어지고 있다. 피부 질환을 가진 일부 소비자에서 시작해, 피부 장벽 관리와 노화 방지에 관심이 많은 일반 소비자와 남성 소비자로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소비층이 넓어질수록 시장 규모는 커지지만, 제품의 차별성을 설명하는 일은 더 어려워진다. 결국 연구 근거를 쉽게 전달하는 소통 방식이 브랜드 경쟁력의 한 부분이 되고 있다.
8) 더마 K-뷰티가 오래 가기 위한 조건
더마 화장품은 K-뷰티의 다음 성장 단계로 꼽히지만, 성장이 지속되려면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효능 근거의 신뢰성이다. 해외 규제 기준에 맞는 임상 자료와 성분 정보를 갖추지 않으면, 초기의 관심이 반품과 규제 조치로 돌아올 수 있다. 둘째, 유통 채널의 다변화다. 미국 얼타뷰티와 일본 돈키호테처럼 오프라인 유통에 자리를 잡는 것은 위조품이 많은 온라인 채널의 위험을 줄이는 방법이기도 하다. 셋째, 브랜드 보호다. 위조품이 늘수록 정품의 신뢰를 지키는 비용도 커지므로, 이를 사업 계획에 처음부터 반영해야 한다.
반대 해석도 있다. 더마 시장에 제약사와 화장품 기업, 의료기기 기업이 한꺼번에 몰리면 경쟁이 과열되고, 비슷한 성분과 콘셉트의 제품이 쏟아지며 차별화가 어려워질 수 있다. 피부과학을 내세운 제품이 늘어날수록 소비자는 실제 효능 차이를 따지게 되므로, 연구 투자 없이 마케팅에만 기대는 브랜드는 오래 버티기 어렵다. 결국 K-더마의 경쟁력은 제약사가 가진 연구 역량을 얼마나 꾸준히 제품 근거로 바꿔 내느냐에 달려 있다.
정책 지원도 더마 화장품의 특성에 맞게 바뀔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화장품 수출 지원은 해외 박람회 참가와 마케팅 비용 지원이 중심이었다면, 더마 화장품에는 해외 인허가 자료 준비와 임상 시험, 현지 규제 상담 지원이 더 큰 도움이 된다. 중소 브랜드가 제약사 수준의 근거 자료를 갖추기 어려운 만큼, 공동 임상 시험 기반과 규제 정보 제공 체계를 마련하면 더 많은 기업이 더마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
한국 화장품 산업 전체로 보면, 더마 화장품의 성장은 수출 품목의 고부가가치화라는 의미도 갖는다. 같은 용량의 제품이라도 연구 근거와 기능성을 갖춘 더마 제품은 일반 기초 화장품보다 높은 가격에 팔린다. 수출 물량이 같아도 수출 금액과 이익이 커지는 구조로 바뀌는 것이다. 다만 이 고부가가치 구조는 신뢰가 무너지면 빠르게 흔들릴 수 있어, 품질 관리와 위조품 대응이 성장 전략의 한 축이 돼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