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멕시코 정상회담, 관세 면제 불발…'공동이익연구' 착수에 그쳐
산업부 장관 "관세 인상으로 진출기업 경영환경 악화, 투자 유인도 감소" 직접 제기 / 「경제 및 산업·자원 협력 이니셔티브」 체결, 공동위원회·실무그룹 설치 / 정부, 통관·전력·자동차 협정 등 현지 진출기업 3대 애로사항 전달
이재명 대통령의 멕시코 국빈 방문을 계기로 양국이 「경제 및 산업·자원 협력 이니셔티브」를 맺고 무역협정의 이익을 따져 보는 공동이익연구(Joint Benefit Study)에 착수하기로 했다. 산업통상부는 28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정상회담 성과를 발표했다.
한국이 지속 요구해 온 'FTA 미체결국 관세 적용 예외'는 성사되지 않았다. 무역협정 협상 개시 선언도 아니다. 협상에 들어가기 전에 이익과 파급 효과를 먼저 따져 보는 단계다.
산업부 장관, 멕시코에 직접 제기…"우리 기업이 피해를 입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현지시간 9월 25일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경제부 장관과 별도로 만나 무역협정의 필요성을 설득했다. 산업통상부는 김 장관의 발언을 이렇게 전했다.
최근 멕시코의 FTA 미체결국 대상 관세인상으로 진출기업의 경영환경이 악화되어 우리 기업들이 피해를 입은 것은 물론이고, 동시에 멕시코에 대한 추가 진출·투자 유인이 감소하였다.
— 산업통상부 보도자료, 2026년 9월 28일
멕시코는 올해 1월 1일 FTA를 맺지 않은 나라의 약 1,400개 품목에 기본관세를 올렸다. 냉연강판은 15%에서 50%로 뛰었다. 정부가 그 피해를 공식 문서로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장관은 멕시코 정부가 추진하는 '플란 메히꼬(Plan Mexico)' 전략산업 육성에서 한국이 신뢰할 수 있는 공급망 파트너라는 점도 함께 내세웠다.
나온 것은 협상 개시가 아니라 '공동이익연구'…공동위원회도 설치
이니셔티브는 현지시간 9월 24일 정상회담 직후 양국 정상이 임석한 가운데 체결됐다. 두 나라는 이행을 위해 공동위원회를 두고 광물·자원 협력 방안과 진출기업의 비즈니스 환경 개선을 논의한다. 무역·투자 쪽에서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멕시코 UIEG가 맞붙는다.
공동이익연구는 무역협정을 맺으면 무엇이 얼마나 달라지는지를 양쪽이 함께 계산하는 작업이다. 2006년 시작해 2008년 멈춘 뒤 세 번 좌초한 협상을 다시 열기 전에, 근거를 먼저 쌓겠다는 뜻이다.
현장 애로 셋 전달…통관 지연·항만 적체, 전력 부족, 자동차 협정
김 장관이 경제부에 전달한 진출기업 애로는 셋이다.
- 통관 지연 및 항만 적체
- 전력 인프라 부족
- 멕시코-브라질 자동차 협정(ACE55)상 애로
관세율보다 먼저 현금 흐름을 건드리는 것들이다. 통관이 늦으면 재고 일수가 늘고, 전력이 모자라면 현지 생산 계획 자체가 밀린다.
관세청은 별도 양해각서…'K-브랜드 위조상품'과 원산지 세탁
관세청은 같은 날 멕시코 국가관세청(ANAM)과 「정보교환 및 상호지원 양해각서」를 맺었다. 우범화물 선별을 위한 위험정보 교환, 항만 세관검사 우수사례 공유, 인공지능(AI) 기반 검사장비 경험 공유가 들어갔다.
이종욱 관세청장은 뷰티·푸드 등 K-브랜드의 해외 수요가 늘면서 지식재산권 보호의 중요성도 커졌다며, 위조상품의 국경단계 차단을 위한 실무협력 확대를 제안했다. 원산지 세탁과 우회수출 대응도 함께 논의됐다.
수출·조달 기업 시사점
첫째, 멕시코에 수출하는 기업이다. 이번 순방으로 관세가 내려가지 않았다. 공동이익연구는 협상 전 단계여서 연내에 세율이 바뀔 근거가 되지 못한다. 관세 조건은 현행대로 두고 계약을 짜는 편이 맞다.
둘째, 멕시코 현지에 공장을 둔 기업이다. 정부가 공식 창구로 올린 애로가 통관 지연과 전력 부족이다. 같은 문제를 겪고 있다면 공동위원회와 실무그룹이 생겼으니 KOTRA를 통해 건별로 올릴 길이 열렸다.
셋째, 화장품·식품 수출 기업이다. 관세청 양해각서에 K-브랜드 위조상품이 명시됐다. 현지에서 위조품 피해를 확인한 기업은 세관 단속정보 공유 대상에 올릴 근거가 생겼다.
현지시간 9월 25일 멕시코시티 세계무역센터에서 열린 비즈니스 포럼에는 양국 경제인 약 300명이 모였고 민간 양해각서 4건이 오갔다. 우리 쪽에서는 대한상공회의소 최태원 회장을 비롯해 LG·LS·삼성전자·기아·포스코인터내셔널·두산밥캣·LG생활건강·한국항공우주산업 경영진 등 150여 명이 참석했다. 기업이 먼저 가 있고 제도가 뒤따라가는 구도는 그대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