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멕시코에 '경제협정 재개' 제안…최대 50% 관세 시행 9개월 만
멕시코, 1월 1일부터 FTA 미체결국 약 1,400개 품목 관세 인상 / 냉연강판 15%→50%, 열연·도금강판·강관 3~5%→25~50% / IMMEX·PROSEC 면제는 유지돼 현지 제조·수출용 물량은 제외
이재명 대통령이 멕시코시티에서 한·멕시코 경제협정 협상을 다시 열자고 제안했다. 멕시코가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지 않은 나라에 최대 50% 관세를 매기기 시작한 지 9개월 만이다.
이 대통령은 현지시간 9월 23일 멕시코 일간지 엘 우니베르살과의 스페인어 인터뷰에서 "이제는 견고한 경제협력에 걸맞은 제도적 틀을 마련할 때"라며 경제협정 협상 재개와 사회보장협정 체결, 투자 보호 장치 강화를 제시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나온 발언이다.
관세는 1월부터 시행 중…냉연강판은 15%에서 50%로
멕시코는 올해 1월 1일 관세 개편을 시행했다. FTA를 맺지 않은 나라에서 들어오는 약 1,400개 품목의 기본관세를 올리는 내용이고 한국이 그 대상이다. 중국·인도·베트남·태국·인도네시아·대만 등도 함께 적용 대상에 들어갔다.
철강의 인상 폭이 가장 크다.
- 냉연강판: 15% → 50%
- 열연강판: 3~5% → 25~50%
- 도금강판·강관: 3~5% → 25~50%
- 그 밖의 대상 품목: 자동차·부품, 섬유·의류, 플라스틱, 알루미늄, 가전, 가구, 신발, 화장품, 유리
두께 0.5~1mm, 폭 600mm 이상 탄소강 냉연강판은 15%에서 50%로 올랐다. 한 품목에서 35%포인트가 더 붙은 것이다.
면제 제도는 그대로…현지 제조·수출용 물량은 제외
이번 개편에서 빠진 것이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기존 관세 면제 제도인 IMMEX와 PROSEC가 "그대로 유지되며 이번 조정과 무관하다"고 밝혔다.
IMMEX는 멕시코에서 가공해 다시 수출하는 물량의 원·부자재 관세를 면제하는 제도이고, PROSEC는 업종별로 정한 품목의 관세를 낮추는 제도다. 멕시코 현지 공장에서 만들어 다시 수출하는 구조라면 이번 인상을 대부분 피한다. 관세를 그대로 부담하는 것은 멕시코 내수로 파는 물량이다.
18년 동안 세 번 멈춘 협상…2022년 '재개 선언'도 후속 협상 없이 끝나
협상이 처음 열린 것은 2006년이다. FTA 전 단계인 전략적경제보완협정(SECA)으로 시작했으나 상품 자유화 수준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해 같은 해 6월 3차 협상을 끝으로 멈췄다.
2007년 정식 FTA로 격상해 12월 멕시코시티에서 1차 협상을 열었고, 2008년 6월 서울에서 2차 협상을 했다. 3차는 열리지 않았다. 2022년 3월 14년 만에 재개를 선언했지만 후속 협상 없이 끝났다.
이 대통령은 같은 인터뷰에서 멕시코에 나가 있는 한국 기업 약 500개 사, 누적 투자 약 133억 달러, 현지 일자리 15만 개를 들었다. 2005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은 뒤 투자가 26배로 늘었다고도 했다. 제도는 2000년 서명한 투자보장협정에 머물러 있고 투자와 생산만 앞서 나갔다.
투자는 지켜도 관세는 못 막아…한국엔 '협정상 근거' 없어
투자보장협정은 투자한 자산을 보호하는 협정이지 관세를 막는 협정이 아니다. 멕시코가 기본관세를 올릴 때 한국이 내세울 협정상 근거가 없다는 뜻이다. 이번 개편에서 한국이 적용 예외를 인정받지 못한 것도 같은 이유다.
멕시코가 이 조치를 검토한다고 처음 밝힌 것은 지난해 9월이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우리나라와 무역 협정이 없는 나라들의 수입품에 관세를 매기는 것을 살피고 있다"며 "여기에 중국이 포함될 수 있지만 중국만은 아니다"라고 했다.
수출·조달 기업 시사점
첫째, 멕시코에 철강을 수출하는 기업이다. 냉연강판에 붙는 50%는 가격 협상으로 흡수할 수 있는 폭이 아니다. 협상이 다시 열리더라도 2006년 이후 세 번 멈춘 전례가 있어, 관세가 철회되는 시점을 올해 안으로 잡는 것은 무리다.
둘째, 멕시코 현지에 공장을 둔 기업이다. IMMEX·PROSEC가 유지되므로 다시 수출하는 물량은 종전과 같다. 따져 볼 것은 멕시코 내수로 파는 물량과 제도 적용을 받지 못하는 품목이다. 두 제도의 적용 요건을 지금 다시 맞춰 두는 것이 관세율을 계산하는 것보다 먼저다.
셋째, 화장품 수출 기업이다. 대상 품목에 화장품이 들어 있다. 멕시코는 중남미에서 한국의 최대 교역 상대국이고 그만큼 이 관세가 적용되는 금액도 크다.
2008년과 달리 이번에는 관세를 올린 쪽이 멕시코다. 그때는 멕시코가 국내 사정을 이유로 상품 양허안 협의에 들어가지 않아 협상이 멈췄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멕시코가 한국산 철강의 적용 예외를 의제로 올리면, 18년 동안 세 번 멈춘 협상이 처음으로 주고받을 것을 갖춘 채 시작될 수 있다.
